고객사 R&D 역량 강화 지원, 2028년 설계 자동화 시대 열린다
2025년 8월 21일자 더 벨 개제
시높시스가 반도체 설계 전반에 인공지능(AI) 적용을 확대한다. DSA.ai, VSO.ai 등 EDA 툴에 이어 궁극적으로 반도체 설계 자동화까지 추진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R&D 역량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 영역에서 리소스 부족에 직면해 있다.
샹카 크리슈나무티(Shankar Krishnamoorthy) 시높시스 제품개발총괄은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각 회사의 로드맵을 실행할 (설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이에 따라 로드맵 달성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은 더 큰 수익과 성장을 이룰 기회를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DA에) AI를 도입함으로써 (기업의) R&D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시높시스는 글로벌 EDA, 설계자산(IP) 기업이다. 지난 1992년부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지원을 위해 시높시스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시높시스코리아의 임직원은 현재 700여명 규모로 이중 기술 인력이 600명에 달한다.
EDA는 반도체 설계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툴이다. 건축 설계에 CAD가 쓰이듯 반도체 설계에는 EDA가 사용된다. 시높시스는 이 분야의 최강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B하이텍,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이 이 기업의 EDA 툴을 이용해 반도체를 설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에도 이 툴들이 사용된다.
시높시스는 2020년부터 EDA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DSO.ai가 대표적이다. DSO.ai에는 머신 러닝의 일종인 강화학습이 적용됐다. 레이아웃 배열을 최적하는 데 쓰인다. 이외에도 VSO.ai와TSO.ai 등을 출시했다. VSO.ai와 TSO.ai는 각각 반도체 RTL 검증 및 테스트 검출, 칩 설계 결함등을 평가하는 툴이다.
시높시스는 반도체 설계 영역의 AI 적용 단계를 5단계로 구분한다. 현재 상용화된 수준은 L2로 단순한 설계 작업을 AI EDA가 대신 수행하는 단계다. 시높시스는 최종 단계인 L5에 이르면 인간 엔지니어는 설계 검증이나 문제 발생 시에만 개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크리슈나무티 총괄은 "L2의 경우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L3는 초기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중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4, L5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기본모델 역량들의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개선이 이뤄진다면 2027년, 2028년에는 구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높시스는 반도체 설계 영역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반도체 설계 조직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인력 규모는 대만 팹리스 기업 미디어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메모리 설계 인력이 부족한 SK하이닉스에게도 설계 영역에서의 AI 확대는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다.
국내 중소 팹리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인력이 적은 곳은 수십 명에 불과하다. 규모가 큰 편인 파두조차 270명 수준에 그친다.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AI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인력 규모도1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태민 기자